도덕의 기초에 관하여(개정판)

발행일 2019.11.20
ISBN 9791159313974 04100
사양 면수 320쪽 | 크기 129x189mm
가격 9900원
분류 고전의세계, 인문.사회

책 소개

‘보편적 입법의 원리’로 대표되는 칸트의 법칙론적, 의무론적 윤리학은 현대 윤리학 논의의 중심이 되는 거대한 체계다. 쇼펜하우어는 이 권위를 부정함으로써, 즉 칸트의 윤리학을 정면으로 비판함으로써 새로운 윤리학의 체계를 세운다. 칸트 윤리학의 기본 개념들에 내재한 모순을 드러내고 최고 원리인 정언명령이 이기주의에 근거하는 가언명령임을 밝힘으로써 칸트의 윤리학이 확고한 기초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 비판 위에서 쇼펜하우어는 이성과 법칙 대신 동정심을 참된 도덕의 동인으로 제시하며, 동정심의 근거를 형이상학적으로 해명함으로써 윤리학과 형이상학의 관련성을 고찰한다.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무한한 이기심을 폭로하는 동시에, 정의와 참된 인간애의 토대가 되는 동정심을 강조하는 쇼펜하우어의 글에서 우리는 새로운 윤리학의 가능성과 함께 도덕적 행위에 대한 성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 참된 도덕의 동인으로 동정심을 제시하다
“네 의지의 준칙이 항상 보편적 입법의 원리로서 타당할 수 있도록 행위하라”라는 ‘보편적 입법의 원리’로 대표되는 칸트의 법칙론적, 의무론적 윤리학은 현대 윤리학 논의의 중심이 되는 거대한 체계다. 이 사유의 형식주의적 오류를 비판하는 흐름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흔히 도덕적 숭고함으로 무장한 그의 도덕 철학의 무게에 압도되곤 한다. 이 권위를 정면으로 부정한 사람이 바로 쇼펜하우어다. 정신과 이성이 아니라 직관력․창조력․비합리적인 것을 강조한 사상으로 생철학과 실존철학 그리고 니체와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 등에 영향을 미친 쇼펜하우어는 윤리학에서도 이성과 법칙을 중심으로 하는 칸트의 윤리학을 극복하고자 시도한다.

그의 1840년 논문을 번역한《도덕의 기초에 관하여》(책세상문고・고전의 세계 038)는 칸트 윤리학에 대한 비판을 바탕으로 새로운 윤리학의 체계를 세우려는 쇼펜하우어의 기획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쇼펜하우어는 칸트 윤리학에 내재한 오류와 모순을 하나하나 분석함으로써 칸트의 윤리학이 확고한 기초를 갖추고 있지 않음을 드러낸 뒤, ‘동정심’을 참된 도덕의 동인으로 제시하는 자신의 윤리학을 정립하고 있다. 그리고 동정심의 근거를 형이상학적으로 해명하는 과정에서 인도 철학과 불교 철학의 사유를 빌려옴으로써 동서양의 사유를 통합하는 새로운 길을 통해 도덕적 행위와 도덕적 삶에 대한 성찰을 제공하고 있다.

2. 칸트의 정언 명령은 이기주의에 근거하고 있다
쇼펜하우어의 비판은 우선 칸트 윤리학의 명령적 형식에 함축된 ‘선결 문제 요구의 오류’를 지적하는 데서 출발한다. 칸트는 아무런 증명 없이 우리의 행위가 복종해야 하는 법칙이 있다고 전제했으며, 윤리학에서의 명령적 형식은 신학적 도덕에서 도입되었으므로 칸트 윤리학의 개념들도 신학적 전제를 떠나서는 의미를 지닐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쇼펜하우어는 칸트 윤리학의 기초를 이루는 선천성, 의무, 법칙 개념을 분석한다. 즉 현상에만 타당한 선천성 개념을 물 자체의 영역인 도덕의 근거로 제시하는 모순을 드러내고, 칸트의 도덕 법칙이 어떤 경험적 내용도 담을 수 없는 순수한 형식에 지나지 않음을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칸트 윤리학의 최고 원리인 정언 명령을 분석해 그것이 실제로는 이기주의에 근거하는 가언 명령임을 밝힌 쇼펜하우어는, 칸트의 윤리학이 확고한 기초도 갖추지 않은 신학적 도덕의 위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다.

3. 이기심에서 동정심으로 ― 타자의 고통을 함께 느끼다
칸트 윤리학의 핵심 개념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쇼펜하우어는 이제 자신의 체계를 세운다. 그는 윤리학의 최고 원리로 “누구도 해치지 마라, 네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이를 도와라”를 제시하며, 이를 통해 정의와 인간애라는 두 가지 근본 덕을 도출해낸다. 그리고 무한한 이기심이 내재된 인간에게 이 덕이 가능한 것은 동정심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도덕의 참된 기초로 동정심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기적인 인간이 자기 희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동정심을 가질 수 있을까? 그것은 나와 타자의 동일화를 통해 가능하다고 쇼펜하우어는 생각한다. 고통받는 타자 속에서 나 자신을 인식하므로 그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동일화의 근거를 물자체와 현상을 구분하는 칸트의 이론을 빌려 형이상학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이 책은 윤리학과 형이상학의 관련성을 제시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간다.

-저자-
흔히 ‘염세주의 철학자’로 불리며 의지의 형이상학을 주창한 것으로 유명한 쇼펜하우어는 프로이센의 단치히에서 부유한 상인인 아버지와 문필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809년 괴팅엔대학 의학부에 입학했으나 곧 철학으로 관심을 옮겨 플라톤과 칸트를 공부했다. 그 뒤 베를린대학에서 피히테와 슐라이어마허의 강의를 들었으나 별다른 감명을 받지는 못했다.

1813년 예나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1816년에 괴테와의 교류를 통해 발전시킨 〈시각과 색채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완성했으며, 1818년에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출간했다. ‘표상으로서의 세계, 의지로서의 세계, 미학과 윤리학’의 주제를 다루는 가운데 염세주의 세계관을 표방하는 이 책은 쇼펜하우어 사상의 정점이라고 평가받는다.

1820년에 베를린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으나 헤겔의 영향력에 밀려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자 실망한 그는 강단을 떠난다. 1831년 프랑크푸르트에 정착한 이후 불교를 공부하는 한편 셰익스피어, 괴테, 칼데론, 뷔르거 등의 문학 작품 그리고 자연과학과 심리학에 관한 독서를 통해 끊임없이 사상을 심화하고 확장했다.
1836년에 《자연에서의 의지에 관하여》를 출간해 자연과학의 성과를 형이상학적 연구와 결합했으며, 1841년에 〈인간 의지의 자유에 관하여〉와 〈도덕의 기초에 관하여〉라는 두 논문을 묶어 《윤리학의 두 가지 근본 문제》를 펴냈다. 그리고 1851년에 짧은 에세이들을 모아 《여록과 보유》를 간행했는데, 이 마지막 저서를 통해 쇼펜하우어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던 1860년의 어느 날, 아침식사를 하다 숨을 거두었다.

정신과 이성이 아니라 직관력·창조력·비합리적인 것에 주목한 그의 사상은 생철학과 실존철학 등에 영향을 끼쳤으며, 니체와 프로이트를 거쳐 비트겐슈타인에게도 연결된다. 또 바그너의 음악과 토마스 만의 문학 등 여러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역자-
이화여대 문리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다가 근본부터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철학의 길을 걷게 되었다. 칸트의 인식론에 관한 논문으로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독일의 뮌스터 대학에서 사회학, 언어학과 함께 철학을 공부했다. 칸트의 철학과 그 이후의 철학적 전개 과정을 주로 연구하면서 피론주의, 에피쿠로스주의 등의 헬레니즘 철학에도 관심을 두었다. 쇼펜하우어의 스승이었고 칸트의 철학에 대한 동시대의 비판자였던 슐체에 관한 논문으로 뮌스터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고, 미국 뉴욕 주립대에서 객원 연구원을 지냈으며, 지금은 인천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칸트의 철학과 회의주의, 쾌락주의 등을 다룬 여러 논문을 썼고, 헬레니즘 철학에서 우리가 배울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있으며, 쇼펜하우어의 철학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앞으로 윤리학에 관한 쇼펜하우어의 다른 논문들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하고, 염세주의적 쾌락주의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를 찾아내 소개하려고 한다.

작가 소개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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