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가지 테마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

믿음직한 안내자들과 함께 프루스트에게 다가서는 지름길을 걷는다
앙투안 콩파뇽, 줄리아 크리스테바, 장 이브 타디에, 제롬 프리외르, 니콜라 그리말디, 미셸 에르망, 라파엘 앙토벤, 아드리앵 괴츠, 로라 엘 마키
원제 UN ETE AVEC PROUST
발행일 2017.9.15
ISBN 9791159311369 03860
사양 면수 376쪽 | 크기 129x190mm
가격 17000원
분류 인문.사회

책 소개

 

누구나 알고 있지만 끝까지 읽어낸 사람은 드문 소설
현대문학의 물길을 바꾼 20세기 소설의 혁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흐르는 시간을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 사랑한다는 것은 왜 고통스러운가?
우리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알 수 있는가?
프루스트가 제기하는 근원적인 질문에 프랑스 최고의 프루스트 전문가 여덟 명이 답하다

 

1913년 제1권이 출간된 이래 소설 장르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세계문학 지평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무의지적 기억’과 ‘의식의 흐름’에 따라 돌발적으로 촉발되는 이미지, 생각과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인간 내면의 심리를 집요하게 탐사해나간 이 소설은 현대문학이 나아갈 새로운 길을 제시한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총 7권이라는 방대한 분량, 술술 읽어 내려가기 힘든 길고 긴 문장으로 정평이 난 이 소설에 도전해,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가 전하는 메시지에 온전히 귀 기울이는 독자는 여전히 드물다. “불행한 일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려면 중병이 들거나 한쪽 다리가 부러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소개의 글’에도 인용된, 프루스트의 동생 로베르가 한 이 말이 틀리지 않은 것이다. 난해한 소설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읽기를 주저해온 독자들에게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은 이 소설을 총체적으로, 다각적으로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프랑스에서 내로라하는 프루스트 전문가 여덟 명과 함께 이 대작 소설의 기반을 이루는 주된 테마들을 살펴보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을 탐험해보자.

 

이 책은 프랑스 국영 라디오 채널 ‘프랑스 앵테르’에서 2013년 여름 내내 방송된 프로그램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에서 출발했다. 2012년 앙투안 콩파뇽이 진행한 〈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과 동명의 책(《인생의 맛》으로 번역 출간)이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이후 ‘~와 함께하는 여름’ 시리즈는 프루스트, 보들레르, 위고, 마키아벨리, 호메로스 편으로 이어지며 바캉스 기간을 풍미하는 문학 방송 프로그램으로 정착했다. 특히 이 책의 단초가 된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을 제작하고 진행한 프로듀서 로라 엘 마키는 문학 전공자다운 소양을 발휘해 각 글 꼭지의 서문을 집필함으로써 독자들이 보다 용이하게 내용을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주로 한 명의 전문가를 내세우는 이 시리즈에서 무려 여덟 명의 전문가를 모아들였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롤랑 바르트의 뒤를 잇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학평론가로 올해 5월에 열린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초청된 바 있는 앙투안 콩파뇽, 정신분석학자이자 세계적인 페미니즘 이론가 줄리아 크리스테바, 프루스트 연구의 권위자 장 이브 타디에, 1975년생의 젊은 철학자로 텔레비전에 자주 등장해 대중에게 친숙한 라파엘 앙토벤 등 라인업도 화려하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서 출발한 만큼 쉽고 친근하게 프루스트의 삶과 작품 세계, 창작의 비밀을 알려주는 이 책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애독자에게는 이 작품에 빠져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할 기회를, 좀처럼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잠재 독자들에게는 용기를 내어 도전할 계기를 제공해줄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제와 매력,
창작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한 프루스트 입문의 결정판

 

이 책을 집필한 프루스트 전문가 여덟 사람은 프루스트를 연구하는 데 인생의 한 부분을 바친 작가, 철학자, 영화인이기 이전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또 읽으며 늘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열광적인 독자들이다. 그들은 각자의 관심을 끈 주제를 하나씩 맡아, 결코 한 범주로 분류할 수 없는 작품으로서 독창성과 깊이, 생명력을 지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감상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앙투안 콩파뇽은 프루스트의 시간과 기억에 대한 관념을 분석하고, 장 이브 타디에는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 몇 사람을 소개한다. 제롬 프리외르와 니콜라 그리말디는 각각 사교계 생활과 사랑의 고통을 다룬다.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상상 세계의 힘과 매력을 언급하고, 미셸 에르망은 소설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소들을 펼쳐 보인다. 라파엘 앙토벤은 프루스트가 소설가였을 뿐 아니라 철학자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아드리앵 괴츠는 프루스트 식 창작의 원천이 된 예술과 글쓰기, 독서라는 주제로 대미를 장식한다.

 

저자들은 각 장의 첫 글 꼭지인 ‘독자의 초상’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어떤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되었고 어쩌다 이 소설에 빠져들게 되었는지 소개함으로써 공감을 이끌어내며 독서의 문턱을 낮춰준다. 그리고 각 글 꼭지의 말미에는 그들 인상에 강하게 남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의 구절을 발췌·삽입하여 짧게나마 프루스트 문장의 매력을 맛보게 하고, 원문 전체를 읽어보고 싶은 마음을 북돋는다. 프루스트를 향한 깊은 애정을 공통분모로 한 믿음직한 안내자들이 펼쳐 보이는 본질을 꿰뚫는 해석들, 정곡을 찌르는 문장들로 가득한 이 책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향하는 지름길을 안내해주는 최고의 입문서라 할 만하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관통하는 여덟 가지 테마
― 시간 | 등장인물 | 프루스트와 사교계 | 사랑 | 상상의 세계 | 장소들 | 프루스트와 철학자들 | 예술

 

병약한 탓에 지나칠 정도로 예민한 감각과 감수성을 지닌 소년, 독서에 심취하고 작가를 꿈꾸지만 자신의 능력에 회의를 품은 청년, 유복한 집안 출신으로 팁과 선물에 돈을 아낌없이 쓰는 사교계 인사, 음악과 미술에 조예 깊은 예술 애호가, 말년에는 은둔하며 목숨 걸고 집필에 몰두한 작가, 유대인이자 가톨릭교도, 동성애자… 실로 다양한 면모를 지닌 프루스트의 삶과 경험이 총체적으로 녹아 있는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두고 전기 작가이자 평론가 앙드레 모루아는 “대성당의 자연스러움과 웅장함”을 지닌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프루스트가 대성당을 짓듯 공들여 쓴 이 소설을 제대로 읽어내는 데는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이 제시하는 여덟 가지 테마가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제1장 시간
“시간은 우리의 인생 위로 어떻게 지나가고 우리를 어떻게 변모시키는가
그리고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시간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는가”

프루스트는 쉬운 작가가 아니다. 그의 문장은 길고, 그의 사교계 파티는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독자에게 두려움을 준다. 그런데 우리가 그의 책들을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 책들은 우리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프루스트의 소설과 같은 작품에 과감히 뛰어들어 그 작품을 진정으로 끝까지 읽으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어서 나온다. _20쪽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절망과 상실에 관한 소설로서 등장하지만, 그 후에는 덜 고통스러운 미래에 대한 약속이 당도한다. 《되찾은 시간》은 순수 상태에 놓인 시간이 도래하자 시간의 질서로부터 해방됨으로써 과거를 구원하는 듯 보인다. 화자는 결국 시간에서 풀려나 ‘시간의 바깥’에 놓이지만, 그러자마자 곧 〈가면무도회〉에서, 세월의 힘에 병들고 늙고 죽음에 가까워진 이 모든 가면들 앞에서 다시 시간 속으로 빠져든다. 화자만이, 아니 오히려 문학만이 시간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매우 형이상학적이고 초월적인 문학의 개념은 19세기에 결부되어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메시아니즘에 입각한 19세기의 소설 중 마지막 대작이며 희망으로 끝이 난다. _54~55쪽

앙투안 콩파뇽은 ‘시간의 보이지 않는 본질’을 글로 옮기기를 희망했던 프루스트의 독특한 시간 개념에 접근한다. 화자는 소설의 마지막 권인 《되찾은 시간》에 이르러, 자신이 만났던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들을 망각에서 구해내고, 죽은 이들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워주겠다고 결심한다. 이는 글쓰기를 통해서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콩파뇽은 이렇듯 프루스트가 삶과 죽음을 구하는 문학의 구원자적 역할을 간파했기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책이라고 평가한다.

 

제2장 등장인물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해 순간적인 모습들밖에는 취할 수 없으며
그 얼굴들은 하루하루 달라질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어머니가 영원히 죽지 않는 하나의 영토를 프루스트가 발견했다는 것이다. 죽었지만 불멸의 존재로 남아 있는 할머니를 통해서, 또한 소설 속에서는 죽지 않는 어머니라는 인물 안에서 그가 어머니를 불멸의 존재로 만들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사라져서 어딘가로 자취를 감추지만, 어쩌면 여기 책갈피 뒤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우리는 문학이 어떻게 운명에 복수하는지 알게 된다. 죽음이 우리의 운명이라면, 문학은 우리가 죽지 않는 곳이다. _75쪽

발베크의 모래언덕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알베르틴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인물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녀는 우리 눈앞에, 어쩌면 프루스트의 펜 끝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지체한다. 마지막까지 그녀는 알 수 없는 인물이다. 화자는 그녀에 대한 진실을 결코 알 수 없어서 극심한 고통을 받게 되며, 이런 사실은 다만 그 인물을 아름답게 만들 뿐이다. _98~99쪽

장 이브 타디에는 《인간 희극》의 작가 발자크를 스승으로 삼았지만 그와는 절대적으로 다르게 쓰기를 원했던 프루스트가 만들어낸 주목할 만한 인물들을 소개한다. 프루스트가 깊이 사랑한 어머니가 소설 속에서는 화자의 어머니와 할머니로 분화되어 나타난다고 지적하고, 화자에게 사랑의 고통과 예술의 위대함을 가르쳐주는 샤를 스완, 매혹적인 동시에 두려움도 안겨주는 동성애자이자 양성적 존재인 샤를뤼스 남작, 마지막까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만큼 매력적인 인물 알베르틴에 관해 논한다.

 

제3장 프루스트와 사교계
“그 어떤 작가도, 자신의 소설 속 인물들에 대해
그토록 가혹한 동시에 온정이 넘치지 않았다”

이 사교계를 바라보는 그의 엄청나게 예리한 시선, 이런저런 사람들이 지닌 결점을 발견하고 느끼는 매혹은 경악할 만한 자아성찰 능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이로써 그가 사랑, 우정, 욕망, 질투, 상실, 그리고 기억에 관해 쓸 수 있었던 글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가장 총체적이고 놀라운 당대의 관심사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프루스트가 ‘사교계의’ 작가가 되는 데 성공했다면, 그것은 무한히 많은 사교계들을 경험한 덕분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우리는 그 세계 안의 가면들 너머로 여전히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_119쪽

제롬 프리외르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하기 전에 프루스트가 어떤 문예 활동을 해왔는지, 사교계에 만연한 속물근성을 철저히 해부하는 데 그의 경험이 얼마나 유효했는지 보여준다. 군복무 이후 열아홉 살 무렵의 프루스트가 음악과 회화, 패션에 관한 글을 기고하던 잡지 《르 망쉬엘》에 관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밝히고 프루스트의 글쓰기가 변천해온 과정과 관심을 두었던 주제가 드러난 글을 소개한다. 이 장을 통해 우리는 사교계의 예리한 관찰자이자 신랄한 조롱꾼이었던 프루스트가 실은 엄청난 자아성찰 능력을 가졌고 자신의 악덕과 미덕을 깊이 의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제4장 사랑
“한 사람에 대한 가장 독점적인 사랑은 항상 다른 것에 대한 사랑이다”

그러나 가장 끈질긴 욕망은 매번 당황스럽게도 갑자기 잃고 만 어떤 사람을 되찾지 못하리라는 불안이 불러일으키는 욕망이다. 그런데 그를 사랑하기 시작하는 것은 그를 잃었기 때문이지, 그를 사랑했기 때문에 잃었다고 느끼는 것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스완이나 화자가 불안으로 만신창이가 되지 않기 위해 그 사람을 되찾을 필요성을 절감하는 것, 이런 것이 바로 불안의 옥죄임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사랑이라고 여기는 것은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겠다는 숨 막히는 욕망이다. 따라서 견디기 힘든 부재를 체험하는 것과 누군가의 존재를 진정으로 원하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프루스트의 세계에서 사랑의 비극은 모두 이러한 혼돈에서 비롯된다. _142~143쪽

니콜라 그리말디는 프루스트의 작품 세계에서 “결국엔 사라져버릴 감정의 폭발, 절망이 되고 말 희망”인 사랑의 심리적 기제에 대해 논한다. 스완의 오데트를 향한 사랑, 화자의 질베르트와 알베르틴을 향한 사랑에서 수없이 발견되는 욕망과 기다림, 상상 세계의 매력, “상상 세계의 정신 병리학”인 질투, 모든 사랑의 시초가 되는 환상이라는, 인류가 영원히 화두로 삼을 주제들을 탐구해나간다.

 

제5장 상상의 세계
“작가는 내면 중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감각인지력이 소용돌이치는 불안한 세계에 살고 있다”

프루스트를 읽고 나서, 글쓰기는 적어도 두려운 것이 되었다. 나는 밤에 글을 쓴다. 특히 소설들을 쓰는데 가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책장들을 들추어, 그것을 음미하고, 이해하고, 뒤섞는다. (…) 프루스트를 읽는 것은 진정한 체험이고, 작가가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서는 이런 경험에 열려 있어야만 할 것이다. _178쪽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작가의 의무와 노력은 번역가의 그것과도 같다”는 프루스트의 말을 되새기며 그가 단지 어떤 과거를 탐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를 재창조하고 자신의 내면에 상상의 세계를 만듦으로써 인생에 의미를 부여해왔음을 말한다. 그 유명한 ‘차에 적신 마들렌’ 일화에서 보듯, 화자는 어떤 것에 대한 사랑은 대상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서 온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설 속 화자가 뭇 사물과 사람에 과도한 주의를 기울이며 관찰하는 태도, 때로는 고통을 포착하고자 하는 강렬한 시선, 깊이 잠들지 못하고 완전히 깨어 있지도 않은 채 꿈의 경계에서 노닐며 시간을 초월하는 모습 등에서 프루스트가 지닌 새롭고도 충격적인 현대성을 발견한다고 고백한다.

 

제6장 장소들
“잠이 든 사람은 자신의 주위로 시간의 줄,
세월과 삼라만상의 질서를 휘감고 있다.”

발베크는 바다와 계곡 쪽으로 모두 창문이 난 프리즘과도 같은 방에서 때로 감탄하며 바라보는, 언제나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나의 빛이기도 하다. 감각에 포착되는 것을 보여주기 원했던 인상주의자들의 눈은 바다와 하늘을 뒤섞는 화자의 은유 속 도처에 존재한다. 자연을 모방하려 하지 말고, 시선을 풍경 속에 두고 세상을 다듬어 만들어내라는 것이 엘스티르가 주는 가르침이다. 엘스티르는 화자를 창작의 길로 안내하는 중요한 스승이 된다. 이렇듯 발베크는 미에 관해 학습하는 장소라고 볼 수 있다. _232쪽

미셸 에르망은 소설 속 주요 배경이 되는 상징적인 장소들을 소개한다. 화자가 유년 시절을 보낸 추억의 공간이자 훗날 그가 나아갈 두 방향을 암시하는 게르망트 쪽과 메제글리즈 쪽 산책로가 존재하는 콩브레, 절친한 친구 생루와 애인 알베르틴, 화가 엘스티르를 만나게 되는 “새로운 발견과 학습의 장소” 발베크는 프루스트가 자신의 경험과 상상을 토대로 창조해낸 가상의 장소다. 벨 에포크 시대의 낭만적이고 퇴폐적인 분위기를 지닌 “사교계의 공간일 뿐 아니라 쾌락에 바쳐진 도시” 파리, 예술사학자 존 러스킨의 저서를 읽고 매료된 프루스트가 줄곧 가보길 꿈꾸었고 화자가 찾아가 예술과 문화에 대한 기억뿐만 아니라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되는 “기억과 상상력으로 채워진” 도시 베네치아도 이 소설에서 중요한 배경을 이룬다.

 

제7장 프루스트와 철학자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자신이 삶을 그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결코 알지 못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면서(즉, 그 소설을 통해 나 자신을 읽으면서), 이 책이 나를 삼키도록 내버려두면서, 항복의 대가로 자비심을 구하며 포식동물 앞에 제 몸을 바치듯 눈을 감고 독서에 몸을 맡기면서, 나는 수많은 철학자들의 말이 긴 메아리처럼 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 대부분이 프루스트가 인식하지 못했던, 데카르트, 니체, 쇼펜하우어, 플로티노스, 베르그송 등이었다. 이 소설은 천 년 이상에 걸친 많은 사상가들이 오래전부터 책임을 맡아서 보다 무미건조한 형태로 동시대인들에게 전해온 여러 가지 문제들이나 인상들, 역설들이나 찬사들로 점철된다. 수 세기에 걸쳐 내려오며 이러저러한 성격 묘사를 통해 일시적으로 활성화되는 어떤 문제의 항구성 안에는 뭔가 놀라운 것이 있다. 그런데 프루스트는 그런 것만을 다룬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우리가 답을 얻지 못한 모든 것의 집약체다. _255~256쪽

라파엘 앙토벤은 프루스트에게 영향을 미쳤거나 그의 영향을 받은 철학자와 작가들을 거론한다. 앙토벤은 몽테뉴가 길게 이어 덧붙이는 문장에 대한 취향은 물론, 시간을 붙잡겠다는 야망을 공유했을 뿐 아니라 우정이라는 주제를 소중히 여겼다는 점에서 프루스트와 공통점을 지녔음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 소설에 나오는 고통과 불행에 대한 인식이 쇼펜하우어의 사상과 근접해 있으며, 육체적 고통의 문제에 정통한데다 이 고통을 인식과 영감의 도구로까지 삼았던 니체와도 연결된다고 본다. 그리고 ‘어린 시절’과 ‘잃어버린 낙원’이라는 소재를 중요시했다는 점에서 “프루스트와 사상을 나눈 형제” 카뮈와의 연관성을 밝혀낸다.

 

제8장 예술
“인생 최고의 진리는 예술 속에 있다”

독자는 결국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인물로 나오지 않는 유일한 인물상이다. 화자는 자신의 독자들이 그들 자신의 독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것이야말로 매우 다양한 독자들이 프루스트가 오로지 그들만을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이유다. 1900년대의 전환점에 놓인 살롱 문화에 전혀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게르망트 가나 베르뒤랭 가의 사교계에 대해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자신의 내면에는 한 사람의 프루스트가 있고, 그가 우리를 묘사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_334~335쪽

아드리앵 괴츠는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하는 데 자양분이 되어준 음악과 회화, 글쓰기와 독서에 대해 이야기한다. 러스킨에 경도되어 그의 저서를 번역하고 예술 비평가로서 여러 잡지에 기고하던 프루스트가 어쩌다 창작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창작자의 표본인 세 인물, 즉 작가 베르고트, 음악가 뱅퇴유, 화가 엘스티르가 어떤 모습으로 묘사되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우리 눈앞에 엘스티르의 그림이 보이게 하고 뱅퇴유의 소나타를 들리도록 하는 데 성공한, 프루스트의 탁월한 묘사력과 천재성에 감탄하며 독서가 하나의 예술로서 프루스트만의 대성당을 쌓아 올리는 데 초석이 되어주었다고 말한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여덟 명의 전문가는 마르셀 프루스트가 하나의 대성당 건축처럼 구상했다는 이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준다. 독자들은 각자의 내면에 모두 프루스트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_르 파리지앵 마가진

지적이고 명쾌하며 신선하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프루스트의 문학적 행적들을 다양한 분석을 통해 설명하고, 자세히 관찰하고 조명해준다. _텔레라마

현재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프루스트 전문가들이 몇 개의 미로를 통과하는 길을 안내해준다. 이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어보라. 처음에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곧 미끄럼을 타거나 비행기를 타고 창공을 나는 느낌을 맛보게 될 것이다. _르 푸앵

발베크 해변에서 먹는 아이스크림 같은 맛이 난다. 독자들은 ‘희미한 기억이 마음의 간헐성과 이어져 있는, 새롭게 발견된 어떤 세계’를 맛보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애초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발견하며 놀라워할 것이다. _렉스프레스

작가 소개

앙투안 콩파뇽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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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a Kristeva
불가리아 태생의 작가이자 파리7대학 명예교수·정신분석학자. 특히 글쓰기와 연애 경험, 우울 혹은 공포와의 관계에 주목했고, 한나 아렌트, 멜라니 클라인, 콜레트의 작품들을 통해 여성의 운명에도 관심을 가졌다. 2013년 《시간의 충동》을 발표했고 《감각적인 시간, 프루스트와 문학적 경험》을 집필하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상상의 세계에 대한 성찰을 발전시켰다.

길혜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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