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조작되지 않은 역사를 배울 권리가 있다

역사 전쟁, 과거를 해석하는 싸움

김정인 지음
발행일 2016.7.15
ISBN 9791159310706
사양 면수 276쪽 | 크기 152x224mm
가격 15000원
분류 인문.사회

책 소개

권력과 이념에 흔들리지 않는 역사 교과서를 위한 고민
대한민국 역사 전쟁의 격랑 속에서 민주주의를 생각하다

일찍이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로 정의했다. 과거의 사건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현재의 시선에 더 무게를 둔 역사관이다. 카의 이러한 시각은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각각의 역사가가 가진 생각과 현실 인식은 다양한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카의 이러한 역사에 관한 정의가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하나의 시각으로 획일화된 역사를 만들기 위한 특정 정치 세력의 공격과 이를 막아내기 위한 역사학계의 반격으로 ‘역사 전쟁’이 시작되었다. 뉴라이트의 등장과 함께 역사학과 역사교육은 줄곧 보수·우파의 이념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구심점을 찾던 보수·우파는 역사 교과서를 표적 삼아 이념 전쟁을 펼쳤다. 보수·우파의 교과서 공격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분단 상태로 남아 있는 대한민국에서 발발한 역사 전쟁의 양상은 조금 더 복잡했다. 대한민국에서 이념은 역사학과 역사교육 내부에 존재하는 시각의 차이를 무력화할 만큼 강력한 무기였다. 독립과 친일청산, 권위주의 정부의 등장, 산업화, 민주화 등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해석이 이념의 프레임을 거치면서 종북좌파의 이데올로기, 자학사관으로 둔갑을 했다. 이렇게 권력에 의해 역사가 정쟁의 대상으로 변질되어 민주주의적 합의와 절차는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 책은 국정 교과서로 촉발된 보수 세력과 역사학계의 갈등인 역사 전쟁의 원인과 과정을 과거 국정 교과서와 이념의 문제를 통해 분석한다. 또 이념 대결의 양상을 보이는 현재의 역사 전쟁은 승자의 시각에 따라 왜곡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이러한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논의를 이념의 대결장에서 학문의 공론장으로 옮겨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그래야만 민주 시민을 길러내는 바른 역사교육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뉴라이트의 ‘자랑스러운 역사’
이념 대결의 장이 된 교과서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까지의 민주화 세력의 집권 10년을 상징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과거사 청산’이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등이 연이어 출범하자 보수 세력은 자신들의 정체성이나 헤게모니가 손상당할까 우려했다. 때마침 등장한 뉴라이트는 이런 과거사 청산 움직임에 “자학 사관을 퍼뜨리며 지배 세력 교체와 기존 질서 해체를 위한 ‘과거와의 전쟁’에 자신의 명운을 걸고 있다”며 맹공을 퍼붓는다. 뉴라이트가 보기에 대한민국은 자유주의 문명 사관을 꽃 피운, 경이로운 역사 그 자체다. 건국 이후 공산주의와 싸우며 자유민주주의를 이룩했고 시장경제 원칙을 정착시켰으며 교육 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뉴라이트는 2005년 교과서포럼을 결성하고 본격적으로 ‘역사 전쟁’에 나선다. 교과서포럼은 기존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는 ‘친북 좌파적 교과서’라고 비판하며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다음 세대에게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보수 정권이 들어서자 뉴라이트는 자신들의 사관에 입각한 대안 교과서를 내놓는다. 하지만 뉴라이트의 교학사 역사 교과서는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거치지 않은 오류투성이의 교과서였다. 당연히 탈락했어야 할 뉴라이트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자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는 즉각 검정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고, 정치권과 언론까지 편을 갈라 격전을 치렀다. 그러나 보수 정권이 들어서 역사 전쟁의 당사자로 등장하면서부터 정쟁의 성격이 더욱 강화되었고, 민주주의적 절차와 합의를 무너뜨리는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이를 비판하는 역사학계에 보수·우파는 이념 공세를 펼치며 권력을 비호했다. 박근혜 정부는 교학사 교과서 검정 파동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존 역사 교과서가 내용적으로 편향되어 있으니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겠다면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다.

‘이념의 대결장’에서 ‘학문의 공론장’으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역사교육

뉴라이트와 보수 정권은 왜 역사 교과서에 목을 매는 것일까? 역사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역사에 관한 생각이 곧 현재를 어떠한 생각으로 살아가는가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미래에 대한 전망과 판단에도 영향을 준다. 전후 독일에서 벌어진 역사 전쟁을 분석한 에드가 볼프룸은 ‘역사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과거 해석의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리라 예측했다. 그리고 그의 예측은 대한민국에서 현실이 되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 전쟁은 기본적으로 ‘역사 해석에 대한 이념의 공격’이다. 즉, 뉴라이트에 맞선다는 것은 그들과 이념 대결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것이 역사학계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이다. 학문과 교육의 차원에서 맞서는 것이 아니라 종북 프레임과 친일 프레임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변질되어버린다. 상대를 종북 좌파, 혹은 친일파로 몰아세우는 극단적인 형국에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들면서 보편 가치를 토론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뉴라이트가 바라는 전장이다. 그리고 이러한 프레임에 갇혀서는 그들을 이겨내기 힘들다. 저자는 역사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전장을 ‘이념의 대결장’에서 ‘학문의 공론장’으로 옮겨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저자는 처음 국정화가 시행된 1974년판 국정화 교과서부터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포함된 2014년 8종 검정 교과서에 이르기까지 쟁점으로 떠오른 현대사의 체제를 모두 분석한다. 유신시대의 국정 교과서는 현대사를 어떻게 기술했는지, 뒤이어 등장한 전두환 정권하에서의 역사 교과서는 개발 독재와 민주화 운동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국정에서 검정으로 변화한 뒤에는 이 부분들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교과 과정표를 통해 보여준다. 이어서 뉴라이트가 역사 전쟁에서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이념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냉전’이란 빛바랜 단어가 아직도 현존하는 대한민국에서, 보수·우익에게 이념은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되어왔음을 보여준다. 뉴라이트는 반공주의를 통해 친일 청산 실패와 독재로 이어지는 어두운 과거를 은폐했고, 시장주의 사관을 통해 경제성장과 산업화 과정을 미화했다. 문제는 뉴라이트 사관이 승자의 역사를 전적으로 긍정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뉴라이트 사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이러한 문제들이 있는 뉴라이트 사관에 따라 만들어진 교과서가 과연 ‘올바른 교과서’인지 반문한다.

저자는 하나의 시각으로 역사교육을 획일화하려는 시도가 민주주의를 크게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자는 권력과 이념에 흔들리지 않는 역사가들의 건강한 시각이 고루 공존하는 역사와 역사교육을 지켜내야만 민주적 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모두의 당연한 권리임을 강조한다.

책 속으로

역사 전쟁에 관한 글을 쓰고 이 책을 엮을 때 머릿속을 맴도는 화두는 민주주의였다. 뉴라이트를 비롯한 보수・우파는 역사학과 역사교육을 향해 친북 좌파 혹은 종북이라는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며 공세를 벌였다. 하지만 정작 역사학과 역사교육은 맞대응에만 몰두할 수 없었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더욱 절박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역사 전쟁이 권력에 의해 정쟁화되면서 민주주의적 합의와 절차가 위협받게 되자 새삼 민주주의를 돌아보게 되었다. 민주화로 성취한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민주주의적 시민을 길러내는 역사교육은 무엇인가. 학문과 교육의 자리에서 진지하게 민주주의를 성찰하기 시작했다. (12쪽)

역사 전쟁은 역사의 교훈적 성격을 강조하는 보수 권력과 역사의 성찰적 성격을 강조하는 역사학계 간의 갈등이기도 하다. 이는 곧 ‘기억해야 할 과거, 망각해야 할 과거’에 대한 인식 차이와 연결된다. 즉, 대부분의 역사 전쟁에서 과거사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한다. 가령 호주의 역사 전쟁은 역사학이 호주 사람들에게 원주민에 대한 범죄로 가득한 과거사를 가르친다고 보수 권력이 비판하면서 발발했다. 1996년부터 2007년까지 총리를 지낸 존 하워드는 호주 원주민에게 동정적인 역사학을 과도한 도덕주의에 입각한 자학 사관이라고 비판했다. (219쪽)

목차

서문 : 역사 전쟁, 역사 화해, 그리고 민주주의

1부  역사 전쟁의 싸움터, 교과서
  1장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파동 : 역사 전쟁이 발발하다
1. 뉴라이트의 등장
2. 정치적 공세, 교육적 대응
3. 끝나지 않는 파동, 편을 가르다
  2장 역사 전쟁의 진원지, 교과서 속 현대사
1. 이념이 실증을 압도하다
2. 현대사 교육 정상화의 길에 다가서다
3. 현대사 교육, 다시 갈림길에 서다
  3장 역사교육 민주화의 상징, 국정에서 검정으로의 진화
1. 국정이 불가능한 시대
2. 반反국정론의 성과물, 검정 체제
3. 검정 체제의 진화와 위기

2부 역사 전쟁의 무기, 이념
  4장 역사 전쟁의 이념 전선 : 민족주의 대 반공주의
1. 반공주의 대 반반공주의
2. 북한사를 보는 두 개의 눈
  5장 보수・우파의 무기, 종북 프레임
1. 비국민을 만드는 논리
2. 생산과 유통의 진원지, 언론
3. 문화 현상으로서의 종북 프레임
  6장 신자유주의・탈냉전 시대의 뉴라이트 사관
1. 신자유주의 시대, 시장주의 사관
2. 탈냉전 시대의 반북주의 사관
3. 진영 프레임의 확산, 공론장의 위기
  7장 국가주의를 넘어 민주주의로 : 역사교육의 어제, 오늘, 내일
1. 민주주의 역사교육의 제기와 굴절
2. 민주주의 역사교육의 부활

에필로그 : 역사 전쟁의 보편성과 특수성

작가 소개

김정인 지음

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한국 근대사를 전공했다. 천도교의 근대 민족운동을 주제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근현대 민주주의의 역사와 현대 대학사를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동아시아 역사 대화에 관심을 갖고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천도교 근대 민족운동 연구》,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가 있으며 함께 쓴 책으로 《미래를 여는 역사》,《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 1》, 《개벽에 비친 식민지 조선의 얼굴》, 《국내 3·1운동-중부·북부》, 《한국 민주화 운동의 성격과 논리》, 《반성된 미래》, 《반공의 시대》, 《우리 역사교육의 역사》, 《한국근대사 2》, 《한국의 근현대, 개념으로 읽다》 등이 있다. 엮은 책으로는 《우리 민족의 걸어온 길》이 있다.

구매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