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시티, 혁신과 투쟁의 연대기

도시로 보는 미국사

박진빈 지음
발행일 2016.6.10
ISBN 9791159310652
사양 면수 308쪽 | 크기 152x224mm
가격 17000원
분류 인문.사회

책 소개

도시, 미국을 만들다
여덟 개의 도시로 지은 미국 역사의 빛과 그늘

이 책은 도시라는 창으로 본 미국사이다. 즉 미국 주요 도시의 역사를 통해 현대 미국의 역사와 사회를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필라델피아를 통해 세기말의 변화와 새로운 사회 문제를, 시카고를 통해 흑인 유입 문제를, 로스앤젤레스를 통해 아시아 이민과 도시 공간의 변화를, 애틀랜타를 통해 미국 남부의 발전과 흑백 갈등 및 분리 문제를, 세인트루이스를 통해 도시 문제와 도시 재생의 역사를, 앨카트래즈 섬을 통해 미국 원주민의 공간을, 워싱턴 DC를 통해 도시 계획과 기념 공간 조성을, 뉴욕을 통해 세계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로서의 대도시 현황을 보여준다. 19세기 후반 이후 100여 년 동안 이 도시들이 국가 정체성 형성, 도시 정비와 재정비, 이주와 이민 문제, 경제 발전과 국토 개발, 인종․계급 갈등의 구조화, 도심 및 교외의 형성과 재개발 등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 책이 그려내는 도시는 혁신과 투쟁의 공간이다. 도시는 시간과 더불어 끊임없이 변화하며, 미국의 역사는 도시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미국의 도시는 미국의 변화를 주도하고, 미국의 중요한 문제들에 해결 방식을 제시하며, 주변 지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도시가 어떤 역사를 거쳐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각 도시의 역사와 미국이라는 국가의 역사가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통해 미국사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여덟 도시는 도시 형성 시기나 발전 시기 등이 조금씩 다른 만큼, 각기 다른 시기의 각기 다른 특성을 드러낸다. 이 도시들은 미국 역사의 시기별 이슈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들로, 각 도시의 특성과 미국 국가사의 전개 과정을 동시에 펼쳐 보인다. 지역성과 전체 국가의 발전 과정을 동시에 살펴보는 이 책의 방식은, 광활한 영토와 지역별 차이로 인해 국가사 구성이 쉽지 않은 미국사 서술에 유효한 접근법이다. 또한 생동하는 혁신과 투쟁의 공간으로서의 도시에 대한 탐구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구체적이고 생생한 역사 읽기의 체험을 선사한다. 도시가 미국사를 바라보는 창이듯, 미국 도시사는 한국 사회와 한국 도시를 이해하는 유용한 창이 되어줄 것이다.

도시 개발과 인종 갈등 ― 미국 도시, 미국 사회의 화두

이 책이 다루는 모든 시대, 모든 도시에 공통되는 화두는 ‘도시 정비, 재정비, 재개발’이다. 도시 공동화, 도심지 낙후, 빈민과 이주민 주거 정책 등의 문제 앞에서 무엇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어떻게 더 나은 도시를 만들고자 했는지에 따라 각 시대와 각 도시는 서로 다른 결과를 빚었다. 이 책은 그 추이를 추적한다. ‘인종 문제’, 특히 흑인의 차별적 지위와 백인의 독점적 권력이 만들어내는 긴장과 갈등 또한 거의 모든 장에서 부각되고 있다. 흑인은 도시의 공간을 차지하고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 등에 참여하고 싶어 했지만 대부분 거부당했고, 이등 시민의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흑인에 대한 경찰의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는 데서 보듯, 저자는 이러한 상태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해결되지 않는 인종 간 갈등이 좌절감과 분노를 고조시키다가 폭력으로 표출되곤 한다는 것이다. 흑인 게토와 슬럼 같은 도시 내 인종 분리는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사회 구조가 되고 있다. 이 책은 미국 주요 도시들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가운데, 인구 이동 및 팽창과 더불어 확대되고 악화된 인종 문제의 역사를 드러내 보인다. 미국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 요소로서의 인종의 중요성을 부각하면서, 도시 내에서 공간이 인종적으로 분리되고 ‘카스트화’되는 과정을 관찰하고 있다.

프루잇-아이고의 비극, 그리고 더 좋은 도시를 만든다는 것

5장의 주인공인 ‘세인트루이스’는 도시 개발과 인종 문제를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20세기 초반까지 상공업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던 세인트루이스는 대공황 이후 산업의 남진․서진 현상으로 인해 쇠락해갔다. 백인 주민들과 그들의 일자리와 세금 기반이 교외로 이탈하면서 도심지 공동화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시내 거주 인구는 빈민인 흑인 위주로 재구성되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도시 공간에서의 인종 분리 및 차별이 심화되었고, 흑인들은 열악한 주거 환경 아래 삶의 질이 위협받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1947년 세인트루이스 도시계획이다. 낙후한 빈민 밀집지역을 철거하고 새로운 공공주택을 건설해 양질의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즉 흑백 분리를 유지하되 흑인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철거와 건설 프로젝트는 그러나 ‘프루잇-아이고’ 공동주택 사례에서 보듯 실패로 귀결되었다. 드소토-카 슬럼지구를 철거한 자리에 들어선 33개동 규모의 프루잇-아이고는 1955년 완공 당시만 해도 대도시 문제 해결의 전범으로 각광받았으나 부실공사와 관리 부재, 강력범죄를 비롯한 사건사고 발생으로 문제가 불거지다 결국 1972년 폭파에 의해 철거되었다.

오늘날까지 주류 언론은 프루잇-아이고를 가치 없는 흑인들에게 세금을 낭비했던 일화로 취급하곤 한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너무 저렴한 비용으로 공공주택을 건설하려 한 연방정부, 계속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환경론을 앞세워 빈민 문제에 접근한 민간 개혁 세력, 그리고 빈민과 흑인을 중첩시킴으로써 인종에 대한 편견을 가리려 한 세인트루이스 사람들” 모두가 프루잇-아이고의 비극을 만들었다. 자립적 삶을 살 수 없는 가난한 흑인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낙인찍히고, 이러한 오명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이곳 주민들의 회상도 의미심장하다. 정부의 미온적 원조와 인종주의 속에서 이른 종말을 맞이한 프루잇-아이고는 재개발이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도시를 통해 당대의 현안을 읽다, 국가의 역사를 읽다

제1장(독립 100주년과 새로운 세기)은 19세기 말의 필라델피아를 다룬다. 미국의 초기 수도였던 필라델피아는 19세기 후반에 제1의 산업도시, 의학과 상업의 중심지라는 위상이 쇠락하면서 도시 정체성을 재확립해야 했다. 재건기 미국의 경제 부흥에 편승해 다시 상업과 산업의 중심지라는 영화를 되찾을 것인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 것인가?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서, 필라델피아는 미국 독립 100주년 기념 박람회의 개최를 계기로 국가의 영광을 투영한 ‘역사도시’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길을 모색한다. 그러나 100주년 박람회는 발전과 통합이라는 이상과 달리 사회 갈등과 분열을 노정했으며, 박람회 후에 추진된 대규모 건설사업을 통한 도시 재정비는 겉모습을 바꾸는 데는 성공했으나 작은 삶들의 욕구는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제2장(흑인 대이동과 갈등)은 ‘서부’ 정복의 중심인 시카고로 이동한다. 20세기 들어 미국의 개발과 부흥의 무게중심은 서쪽으로 옮겨 갔다. 시카고는 ‘서부’ 개발의 중심 도시로, 즉 아메리카 원주민을 몰아낸 광대한 중서부에서 발전한 농업과 목축업 생산물의 집산지로서 발전했다. 또 유럽 출신 이주 노동자들의 주요 정착지이자, 노예 해방으로 대이동한 흑인들의 주요 목적지이기도 했다. 인구 유입과 이로 인한 도시 공간의 분리 및 인종 간 갈등은 20세기 초 시카고의 명성에 손상을 입힌 중요한 문제였다. 서부 중심 도시로서의 시카고의 위상과 그로 인한 도시 문제 및 해결 방안이 2장의 주요 내용이다.

제3장(자연의 정복과 다인종 사회)은 태평양 연안 도시인 로스앤젤레스를 통해 아시아 이민과 도시 공간의 변화를 다룬다. 로스앤젤레스는 광대한 대지를 구획화하며 들어선 도시이자, 자동차를 이동수단으로 삼은 도시였다. 1920년대에 일반용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본격화된 도심지 건설, 고속도로와 도시 확장, 이에 따른 자연 환경의 변화 등은 이 도시의 특수한 현상인 동시에 곧 미국 전역에 개발될 신도시들의 서곡이기도 했다. 또한 로스앤젤레스의 역사에서 ‘아시아계 이민자’라는 요소가 두드러지는데, 이 장에서는 일찍부터 이곳 농업 분야와 노동 시장에 등장한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20세기 중반을 지나면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살펴본다.

제4장(백인의 도시 탈출과 쇼핑몰 교외)은 애틀랜타의 역사를 통해 미국 남부의 발전 및 흑백 갈등과 분리 문제를 다룬다. 2차대전 이후 교통, 통신수단, 기술 발전에 힘입어 효용성이 커진 남부는 후발 산업화의 중심으로 성장했는데, 이러한 발전 과정에서 흑백 갈등과 분리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교외화의 진전에 따라 도시의 중산층과 부는 외곽으로 빠져나갔고, 구도심에는 가난과 빈민이 남겨졌다. 이 장에서는 이와 같은 1950년대의 남부의 부흥과 애틀랜타의 변화가 현대 미국 사회의 어떤 특성과 연관되어 있는지 살펴본다.

흑백 갈등과 그로 인한 도시의 분열과 공동화는 2차대전 후 미국의 거의 모든 대도시에 공통된 현상이었고, 그래서 1950년대 이후 도시 재생/재개발이 화두로 등장했다. 제5장(도심지 재개발의 악몽)에서는 도시의 공동화를 해결하려던 재개발 사업이 난개발로 이어져 더 큰 악몽을 만들어낸 세인트루이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세인트루이스의 재생 사업은 특히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이념에서 출발했으나 실현 과정에서의 왜곡과 빠른 쇠퇴로 인해 최악의 결과를 빚었다는 점에서 도시 재개발의 나쁜 예로 거론된다. 어떤 선택과 갈등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는지 분석한다.

제6장(그들만의 나라)은 미국 원주민의 공간에 대해 살펴본다. 대륙 전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던 수많은 원주민들은 20세기에는 특정 구역에 수용되어 살아가는 소수민으로 전락했다. 백인들을 위한 땅이 개발되는 동안 주거권을 빼앗기고 내몰렸던 원주민들은 1969년 캘리포니아의 앨커트래즈 섬에 자신들만의 도시를 세우겠다며 이 섬을 18개월간 점거했다. 자신들의 처지에 대한 저항의 뜻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사건의 원인과 유산을 살펴봄으로써 도시에서 밀려난 인구 집단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제7장(기념공간의 형성)에서는 워싱턴 DC의 도시 계획과 기념 공간 조성을 분석하고 수도로서의 정체성 형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18세기 말에 설계도에 의해 만들어진 계획도시라는 점에서 특수한 워싱턴은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남북전쟁 이후에는 국민적 영웅을 기리는 시설이나 국가적 사업, 특히 전쟁을 기념하는 시설들을 조성하면서 도시를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념과 기억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 장에서는 워싱턴의 주요 구역에 배치된 이러한 기념 시설물들의 의미를 분석하고, 그로 인해 형성된 워싱턴의 도시 이미지를 살펴본다.

제8장(젠트리피케이션의 최전선)에서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뉴욕의 변화를 중심으로 도시 공간 고급화의 명암을 짚어본다. 뉴욕은 미국사에서 어느 시기에나 대표 도시로 간주될 수 있을 정도로 시대마다 중요한 변화의 추동력을 발휘했다. 이 위대한 도시는 20세기 후반의 도심지 낙후와 재개발에 어떻게 대응해왔을까? 어떤 요소들이 대립하고 부딪치면서 뉴욕의 현대사를 써왔을까? 이 장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일컬어지는 공간 고급화 과정을 살펴보면서 현대 미국 사회가 처한 중요한 문제점을 반추한다.

작가 소개

박진빈 지음

연세대학교 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20세기 초 미국 연방정부 임대주택 정책의 역사를 다룬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경희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도시 개발과 주거 개혁, 인종 및 계급 갈등, 미국 혁신주의와 뉴딜 개혁의 역사에 대한 책과 논문을 썼다. 도시라는 공간적 배경에서 벌어져온 다양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현상들과 인간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백색국가 건설사》가, 역서로《미국 패권의 역사》《원더풀 아메리카 ― 미 역사상 가장 특별했던 시대에 대한 비공식 기록》등이 있다.

관련 자료

구매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