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아홉, 몽블랑 둘레길을 걷다

발행일 2015.12.25
ISBN 9791159310430
사양 면수 364쪽 | 크기 148x210mm
가격 14800원
분류 에세이

책 소개

마흔아홉, 알프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수직으로 오르는 대신 수평으로 둘러 걷는, 치유와 성찰과 웃음의 몽블랑 둘레길 여행

 

위기의 중년, 영원불변하는 몽블랑의 품에 안기다

“몽블랑 둘레를 걷는 이 여행을 고려하던 무렵 나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하고 조금은 불길하기도 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첫째, 내 나이는 어느덧 위태로운 마흔아홉이었다. 인생의 눈 덮인 봉우리에 닿아보려 아등바등하다가 비로소 봉우리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긴장된 시선으로 흘끔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건 정말 봉우리였을까?)”(25쪽)

 

몽블랑Mont Blanc은 프랑스의 소도시 샤모니 위로 우뚝 솟아 있는 유려한 설산으로, 눈과 얼음, 바위로 이루어진 서유럽의 최고봉이다. 특유의 장엄하면서도 친근한 아름다움으로 해마다 수많은 사람을 불러들이지만 연간 백여 명의 등반가를 죽음으로 내모는 위험한 산이기도 하다. 코발트블루 빛 하늘과 금빛 태양에 둘러싸인 채 한니발과 나폴레옹을 비롯해 숱한 탐험가와 도보여행가를 유혹해온 알프스의 이 산에 중년의 두 남자가 도전장을 내민다.

새해 첫날, 저자 데이비드와 그의 친구 루퍼트는 영국 콘월의 진흙투성이 들판에 서서 몽블랑을 빙 둘러 걷는 도보여행에 도전하기로 합의하고 악수를 나눈다. 몽블랑을 오르기보다는 그 주위를 일주한다는 점, 그것이 인생의 순환 고리를 연상시킨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저자는 그해 9월, 대망의 알프스 도보여행을 떠난다. 약 170킬로미터에 이르는 투르 뒤 몽블랑Tour du Mont Blanc(약칭 TBM), 곧 몽블랑 둘레길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에 걸쳐 있어 다채로운 풍광과 풍물을 자랑하는 길로, 저자는 레우슈에서 출발해 반시계방향으로 돌아 샤모니에 도착하는 코스를 택한다.

흔히들 중년의 위기라고 일컫는 나이 오십이 코앞에 닥친데다, 사랑스러운 외동딸 제시는 대학에 입학하여 이제 막 부모의 품을 떠나려는 때. 노인이라 하기엔 젊고 청춘이라 하기엔 어쩐지 민망한, 그야말로 어정쩡한 인생의 길목에서 떠난 몽블랑 둘레길 도보여행. 보통 ‘산’이라고 하면 등정과 정복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저자는 몽블랑의 둘레를 열흘간 천천히 걷는 방식을 택한다. 몽블랑을 빙 두르는 여정이 삶의 순환과도 같다고 여기고, 지난 삶을 돌아보며 내면에 귀 기울이는 기회로, 일과 책임의 압박에서 잠시나마 탈출해 삶의 건강한 균형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은 것이다. 전문 등반가나 여행가가 아닌, 나이 쉰을 앞두고 이런저런 상념에 젖은 중년 남성의 도보여행은 그만큼 친근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특히 이 책에는 정신과 육체를 치유할 뿐 아니라 창의적 사고를 일깨우는 걷기에 대한 열렬한 예찬이 담겨 있다. “이 책은 걷기와 산에 관한 이야기”라고 단언하는 저자는 특히 자연을 오감으로 받아들이며 산속을 걸어볼 것을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한다. 그림 그리듯 생생하게 묘사한 자연 풍광,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풀어낸 알프스의 역사와 전설, 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나눈 우정, 그리고 산을 매개로 한 철학적 사색과 삶에 대한 담담한 성찰이 잘 어우러진 이 책은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이 주는 치유적 힘을 저자 특유의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필치로 전해주고 있다.

 

 

산으로 나가서 걸으라 ― 도보여행의 즐거움과 미덕

“걷기는 우리에게 속도를 늦추고, 현대 생활의 부자연스러운 침투로 인해 잊고 지낸 삶의 자연스러운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세상과 다시 부둥키고 엮일 시간과 공간을 허락한다. 나는 컴퓨터의 창백하고 끈질긴 불빛을, 회색과 청색이 섞인 봉우리들 위로 밝아오는 아침 여명의 오렌지빛, 태양이 하늘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동안 그림자와 함께 변화하는 알프스 풍경의 잔물결 같은 윤곽, 소나무의 신선한 향, 또 다른 하루의 끝에 들려오는 소방울의 점잖은 울림, 돌투성이 땅에 발이 닿을 때 느껴지는 단순한 육체적 감각, 고된 육체적 활동의 기쁨과 기꺼이 맞바꿀 것이다. 이러한 감각들은 영혼의 활기를 북돋우고, 정신을 자극하며,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195∼196쪽)

 

이 책에서 저자는 무엇보다도 걷기의 무한한 매력을 감각적인 언어로 전하고, 독자로 하여금 산속을 걸어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산길에서 만나는 다종다양한 꽃과 나무들, 알프스산양이나 마멋, 아이벡스 같은 동물들에 대한 섬세한 묘사도 산행의 묘미를 한껏 느끼게 해준다. “장거리 도보여행은 명상의 한 형태이며, 내딛는 걸음걸음은 몸짓과 움직임의 매혹적인 만트라”라고 정의하는 저자는 “산을 경험하는 것은 곧 자신의 일부를 경험하는 것”으로, 그 경험이 삶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루소, 니체, 소로, 다윈처럼 걸으면서 영감을 얻고 창의적인 발상을 떠올린 인물들 이야기는 그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800∼850킬로미터 거리에 완주하려면 7주∼2달은 걸리는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GR10 길에 비해 170킬로미터 거리에 8∼12일이 걸리는 몽블랑 둘레길 도보여행은 부담이 덜해, 한번쯤은 시도해볼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이 책은 루트 짜기라든가 숙소 선택, 유용한 준비 물품, 주의를 요하는 위험 요소 같은 실용적인 정보도 충실히 담고 있어, 직접 여행을 떠나려는 이에게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해준다. 설령 실행하기 힘들다 하더라도 생동감 넘치는 자연 풍광 묘사,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맺은 편안한 우정, 알프스에 얽힌 흥미진진한 역사와 전설 이야기는 마치 그곳을 체험해본 듯한 대리만족을 준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도전이란, 순간에 머무는 것이다. 속도를 늦추고 마음을 열어 지금 당장 일어나는 뜻밖의 일들을 경험해야지 과거나 미래에 지나치게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삶의 가치를 전해주는《마흔아홉, 몽블랑 둘레길을 걷다》. 진지한 사색과 자기 성찰, 담백한 유머가 어우러진 이 자기고백적 여행담은 독자들에게 웃음과 감동, 깨달음을 동시에 선사할 것이다.

 

지은이 데이비드 르 베이 David Le Vay

런던에 산다. 아동심리치료사이자 로햄턴 대학교 교수로, 런던 남서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밴드의 재즈 피아니스트로, 열정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크리켓 선수로 누구보다 촘촘한 인생을 살면서 틈틈이 모험을 도모한다. 그리고 가끔 그 모험의 기록을 책으로 남긴다. 그런 책으로《털북숭이 도보여행자들, 피레네 산맥을 걸어 대륙을 횡단하다The Hairy Hikers : A Coast-to-Coast Trek Along the French Pyrenees》가 있다.

 

옮긴이 서정아

사람과 문화, 자연과 우주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번역가이자 치과 의사. 여행이 좋아 외국어를, 책이 좋아 번역을 공부했으며, 현재 펍헙번역그룹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좋은 글을 정직하게 전달하기 위한 자발적 고민을 즐기며 책과 언어와 삶을 사랑하는 행복한 번역가가 되기를 꿈꾼다. 옮긴 책으로《맹그로브의 눈물》이 있다.

작가 소개

데이비드 르 베이 지음

서정아 옮김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근무했으며, 이화여대통역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에지전략⟫⟪분투력⟫⟪술에 취한 세계사⟫⟪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좌뇌와 우뇌 사이⟫⟪내가 다시 서른 살이 된다면⟫⟪스트레스, 과학으로 풀다⟫⟪은행이 멈추는 날⟫⟪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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