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

칼 폴라니 지음 | 홍기빈 옮김
발행일 2002.7.31
ISBN 9788970133294
사양 면수 240쪽 | 크기 128x188mm
가격 7900원
분류 고전의세계

책 소개

1. 달러의 폭락과 폭등이라는 불안정한 미국 경제로 국내 경제 역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이것에 어리석은 질문 하나 던져보자. 미국의 경제 상황에 왜 우리의 경제가 휘둘리는가? 아마도 많은 이들이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할 것이다. 세계 경제의 중축인 미국의 경제 환경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 상황에 반기를 든 경제학자가 있다. 바로 현대 경제학의 거장 칼 폴라니Karl Polanyi (1886~1964)이다. 그는 현대 경제학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 전 세계적인 자유주의적 시장 질서로 몰고 가려고 하는 미국의 시도에 반대하고 지역주의에 바탕을 둔 다원적인 세계 질서를 강력하게 주장한다. 자연 생태계가 다양한 원리 속에서 탄력적으로 운영되듯이, 인간의 경제 역시 다양한 원리의 결합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각 나라의 상황을 고려해 지역 환경에 따라 융통성 있게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시장 경제를 조율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초국적 기업과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시장의 세계화 속에서 폴라니의 이러한 주장은 우리에게 무엇을 함의하는가. 과연 폴라니가 주장하는 탄력성과 내구성을 동시에 갖춘 건강한 인간의 경제는 가능한가.《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책세상문고・고전의세계 015)에서 던지는 이러한 문제의식은 세계화의 물결에 대책없이 휩쓸리고 있는 우리의 경제 현실을 바라볼 때 무엇보다 절실한 물음이 아닐 수 없다.

2. 우리 학계가 칼 폴라니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폴라니는 획일화로 대표될 수 있는 세계화, 지구화라는 거대한 풍차에 평생 동안 집요하게 창을 겨누고 달려들었다. 그가 이러한 도전을 시작하게 된 것은 인간이 지닌 고통의 원인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하는 고민에서 시작했다. 이는 어찌 보면 결코 경제학자답지 않은 오히려 철학자의 고민 같지만, 시장 또는 경제 활동을 하는 주체가 인간이며, 시장이 불안정해지면 고통받는 것은 인간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것이다. 이는 우리의 구제금융 시기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폴라니는 이러한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인간 고통의 근원을 정치적, 경제적 제도에서 찾으려 했다. 이러한 탐색의 결과 그는 인간의 고통을 무시하는 획일적인 시장 경제의 신화를 거부한다. 그리고 어떠한 사회 경제적 질서가 좀더 많은 자유와 인간적 존엄, 그리고 안정을 보장하는 대안적 체제가 될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

3.《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는 칼 폴라니의 사상 가운데 핵심적인 글 다섯 편을 발췌하여 엮은 것이다. 이 책에는 그가 대안적 경제체제를 찾아나가는 과정과 결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제1장 <낡은 것이 된 우리의 시장적 사고방식>에는 근대인들에게 하나의 종교처럼 굳어져버린 시장이라는 신화가 그릇된 허구에 바탕을 둔, 그야말로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히고 인간 사회에서 경제가 차지해온 위치와 성격을 재평가하고 있다. 제2장 <거대한 변형 중에서>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규제와 억압에서 출발하는 극단적인 시장 경제의 인위성을 예리하게 지적하면서 그것이 가져올 재난을 내다보고 있다. 제3장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노트>는 폴라니가 시장 경제의 대안을 마련해가는 과정에 단초를 제공한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나름의 새로운 시각과 이해에 대한 강연 개요, 개인 노트들이다. 그가 초석으로 삼은 몇 가지 독창적이고 중요한 개념은 인격적 관계로서의 공동체, 길드 사회주의, 지역주의적인 세계 질서이다.
제4장 <우리의 이론과 실천에 대한 몇 가지 의견들>은 1925년에 오스트리아 사회민주당 기관지에 발표한 글로, 중앙 계획적인 국가 사회주의를 대체하는 폴라니의 사회주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다. 공산주의 몰락 이후 시장 자본주의에 맞서 대체 사회를 꿈꾸는, 상상력이 고갈되고 또 멸시받는 오늘의 상황에 참신한 시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제5장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는 불안정하고 파괴적인 시장 자본주의 세계 체제 대신 민주적인 계획경제를 가능케 할 지역주의적인 세계 질서를 세우기를 바라는 폴라니의 선구적인 안목이 담긴 논문이다. 1945년 당시 영국에 머물고 있던 폴라니는 전후 미국이 추구하는 세계 질서가 근본적으로는 자유주의적인 시장 체제를 복구하려는 것임을 파악하고, 영국이 반대를 분명하게 표명해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쓴 글이다. 이러한 지역주의의 이상은 현재 앵글로색슨식의 자본주의로 빠르게 전환할 것을 강요당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제6장 <칼 폴라니 약전>에는 폴라니의 딸 카리 폴라니 레비트Kari Polanyi-Levitt 교수 등이 정리한 폴라니의 삶과 사상의 흐름이 온전히 담겨 있다. 이 글은 폴라니가 당시의 시대 상황 그리고 지적 조류와 어떻게 교류했는지 자세히 전해준다.

4. 칼 폴라니는 시장 경제야말로 인간의 본질에 가장 적합한 자연적인 제도라는 시장 신화가 역사적으로나 인류학적으로나 근거 없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것이 하나의 허구나 가설에서 멈추지 않고 인간 사회를 근본적이고 전반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유토피아 이데올로기로 변질될 때, 이 유토피아가 현실의 권력을 장악하여 사회 전반에 강요될 때 재난이 시작된다고 파악했다. 따라서 그는 시장 만능주의라는 신화를 등에 업은 전 세계적 자본주의는 인간의 본질을 억압하는 경제 체제로 보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 체제로서 지역적 계획경제를 주장한다. 지역과 문화에 맞는 다양한 성격의 경제 체제가 번성할 수 있는 탄력적인 정치 경제 환경을 찾고자 했다. 그리하여 단일한 형태로 경제 체제를 세우기보다는 경제 관계가 작동하는 사회적 맥락에 따라 이 원리들이 다양하게 적용되면서 서로 공존하며 연결되는 복합적인 경제 질서를 제안한 것이다. 이러한 폴라니의 주장은 역사・고전 연구, 정치학과 국제 정치경제, 경제 인류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5. 칼 폴라니는 개인사적 시련만이 아니라, 제국주의, 러시아 혁명, 양차 세계대전, 식민지 전쟁 등의 역사적 대사건을 겪으며 19세기의 부르주아 근대에서 20세기의 현대로 넘어오는 숨가쁜 격동기를 살았다. 그 와중에 다섯 나라를 전전하며 네 번이나 망명해야 했던 그가 시장 자본주의라는 현대 문명의 허구성을 예리하게 짚어내고 새롭고 인간적인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은 필연이었을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박학한 지식을 갖고 있던 폴라니의 천재적인 통찰력의 근원에는 인간에 대한 뿌리 깊은 연민이 있었다. 그는 평생 인간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의 근원이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고통스럽게 고민했다. 그가 고민한 고통이란 경제적인 궁핍만이 아니라 인간 존엄성의 훼손에서 오는 온갖 절규와 신음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인간이 겪는 고통의 근원을 우리의 정치적 경제적인 제도에서 찾으려 했다.

6. 산업의 현황에 대한 파악이 뒤처져 있는 지배계급은 경제적 고려보다는 자신들의 태생과 교육의 특권을 고려하는 데 더 많이 좌우된다. 대륙에서 러시아와 흉금을 터놓고 협조를 한다는 것은 영업 계획으로서는 크게 수지가 맞는 일이라 할지라도, 러시아의 영향으로 민중 정부의 온상이 되어버린 대륙에서 이번에는 새로운 평등주의 운동을 북돋워줄 자극이 뻗어나올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제 소비에트 연방은 더 이상 소비에트 국가들을 낳는 어머니로서 공포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소련이 자신을 프랑스 혁명의 진정한 딸이라고 입증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지평선 위에 떠 있는 불확실성의 구름은 아직 손쓸 수 없을 만큼 크지는 않다. 하지만 그 구름이 계속 커지면 어떻게 할 것이며, 그러다가 결국 절박한 위기가 거대한 진보의 물결을 타고 새로운 세력이 튀어나와 디즈레일리가 말한 두 개의 민족을 하나로 융합시켜버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식의 결말은, 자신들의 지도력을 미래에 대한 도전에서 찾기보다는 과거의 특권에서 찾으려 하는 자들이 특히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런 자들은 금전적인 손실을 무릅쓰면서라도 사회적 특권을 움켜쥐려 한다. 그들은 지역적 계획경제의 길로 용감하게 박차고 나아가기는커녕 국민적 이익에 반하여 전 세계적 자본주의를 복구하려 들 수도 있다.
-본문 중에서

-저자-
칼 폴라니는 개인사적 시련만이 아니라, 제국주의, 러시아 혁명, 양차 세계대전, 식민지 전쟁 등의 역사적 대사건을 겪으며 19세기의 부르주아 근대에서 20세기의 현대로 넘어오는 숨가쁜 격동기를 살았다. 그 와중에 다섯 나라를 전전하며 네 번이나 망명해야 했던 그가 시장 자본주의라는 현대 문명의 허구성을 예리하게 짚어내고 새롭고 인간적인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은 필연이었을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박학한 지식을 갖고 있던 폴라니의 천재적인 통찰력의 근원에는 인간에 대한 뿌리 깊은 연민이 있었다. 그는 평생 인간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의 근원이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고통스럽게 고민했다. 그가 고민한 고통이란 경제적인 궁핍만이 아니라 인간 존엄성의 훼손에서 오는 온갖 절규와 신음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인간이 겪는 고통의 근원을 우리의 정치적 경제적인 제도에서 찾으려 했다.

-역자-
지은이 홍기빈은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했으나 정치 사회적 맥락은 무시한 채 분석 도구의 형식적 엄밀성에만 집착하는 주류 경제학에 진저리를 쳐, 뮤지컬을 작곡하는 등 총 연극회를 중심으로 각종 문화패 활동에 주력했다.

그런데 90년대 들어 전직 좌파들이 무더기로 문화이론, 방송, 영화, 연극으로 몰려가는 모습을 보자 청개구리 기질이 발동해 다시 정치경제학 연구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같은 대학 외교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국제정치경제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현재 토론토 요크 대학 정치학과에서 신 그람시 학파로 알려진 스티븐 길 교수와 함께 일본 자본주의 위기와 국제금융 체제의 변화 과정을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다.

장기적인 관심사는 지구화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서구 지배체제에 맞서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대체 세력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동북아시아 국가들 간의 평화적인 경제 안보 체제 구축과 급변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과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치 경제학에서의 이론적 혁신은 어떻게 가능한가 등이다.

작가 소개

칼 폴라니 지음

홍기빈 옮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외교학과 대학원에서 국제정치경제학 석사 학위를, 토론토 요크 대학 정치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현재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여러 매체에서 지구정치경제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왔다. 폴라니, 베블런, 캅 등의 ‘제도주의 전통’에 근거하여 대안적인 정치경제학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지구정치경제 체제의 변화 과정을 포착하는 것을 주요 연구 주제로 삼고 있다. 지은 책으로《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출간 예정),《자본주의》,《투자자 국가 직접 소송제 ― 한미 FTA의 지구정치경제학》,《소유는 춤춘다》,《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가 있으며, 폴라니의《거대한 전환》과 베블런의《자본의 본성에 관하여 외》등 여러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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